다년 계약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로 향했는데 결과는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에릭 페디처럼 금의환향할 줄 알았던 데이비드 뷰캐넌이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빅리그를 꿈꾸게 됐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은 14일(한국시각) “우완 투수 뷰캐넌과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초청 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고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줄곧 필라델피아에서 활약했었다. 9년만에 친정팀으로 돌아가게 된 것.
그런데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계약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그를 잡기 위해 다년 계약까지 제시했지만 그는 “어쩔 수 없다”며 삼성의 손을 뿌리쳤었다.
길고 긴 협상 끝에 삼성은 지난 1월 4일 뷰캐넌과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알리며 새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삼성은 새 투수 코너 시볼드와 새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을 영입했으나 뷰캐넌은 재계약이 당연했다. 지난해 총액 160만 달러에 계약했던 뷰캐넌은 188이닝을 던지며 12승8패 평균자책점 2.54의 좋은 기록으로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재계약 발표가 나지 않자 많은 팬들이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뷰캐넌이 다년 계약과 함께 액수도 높여줄 것을 요구해왔었다. 삼성이 2년 계약과 함께 외국인 선수 상한선을 생각해 최대한의 액수를 제시했으나 뷰캐넌은 이를 끝내 거절했다.
당연히 뷰캐넌에게 메이저리그 오퍼가 왔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20승을 거두며 MVP에 올랐던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간 총액 1500만 달러에 계약을 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컴백한 것을 보며 뷰캐넌 역시 좋은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한국 생활에 만족해도 메이저리그 오퍼를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
뷰캐넌은 삼성과의 계약이 최종 결렬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도 했다. 뷰캐넌은 “우리 가족이 온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여러분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사랑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랐다. 그 환경과 그 문화 속에서 자랐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고 지금도 내 가슴을 굉장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뷰캐넌은 “우리는 여러분께서 4년동안 주신 추억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며 여러분은 우리의 가슴속 특별한 곳에 언제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한 뷰캐넌은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뷰캐넌은 마지막으로 “내 몸엔 언제나 푸른 피가 흐를 것이다”라며 삼성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후 뷰캐넌의 미국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삼성과 결렬됐을 때만해도 뷰캐넌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다년 계약을 제시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궁금증이 쌓이기 시작했고, 결국 뷰캐넌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필라델피아로 돌아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삼성과 계약이 결렬된 뒤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팀들과 협상을 하다가 영입을 하려던 팀이 발을 뺏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영입하려던 팀이 없어지면서 뷰캐넌은 어쩔 수 없이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35세가 되는 뷰캐넌으로선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메이저리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내년시즌 다시 삼성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해도 삼성이 뷰캐넌을 받아 들여야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몸값은 최대 100만 달러가 상한선이다.
비록 마이너리그 계약이지만 뷰캐넌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실력을 미국에서 발휘한다면 메이저리그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뷰캐넌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고 삼성이 뷰캐넌 대신 뽑은 레이예스도 좋은 피칭을 하는 것이 서로 윈-윈이 되는 길이다.